행복의 진수 (2019)

다섯 번의 시도 끝에 9급 공무원이 된 진수. 박봉에 연애도 못하는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진수는 만족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는 날카로운 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된 에피소드 속에 담은 취업, 사랑, 우정 등 청춘의 일상에 관한 단짠 보고서.출처 : 다음 영화

우리의 행복은 얼마나 먼 곳에 존재하고 있을까? 우리는 행복의 척도를 어디에 맞춰 살고 있을까? 영화는 인간은 행복해지는 법도 배워야 하는 동물이라고 했다는 대사로 시작한다. 정말 행복도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을까? 요즘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거의 천연기념물 수준인 이 청년은 맑은 물처럼 순수하게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먼저 영화화돼 JTBC에서 두 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삶을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그린, 기분을 아주 좋게 해주는 영화다.

추가 근무수당이 없는 자발적인 노동에 직장 선배에게 배신당하더라도 하루의 마지막은 목욕하고 삶은 달걀을 깨 먹으며 행복을 느낄 여유가 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지만, 모이는 것만으로 십대의 모습으로 돌아가 무장해제를 할 수 있는 행복 패키지인 친구들도 있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지만 고백조차 못하고 주변을 맴돌아도 행복하다. 매운 거 못 먹는데 매일 매운 것만 먹으러 데려가도 상관없어. 그리고 우리는 사귀거나 이러지 말고 죽을 때까지 계속 만나자고 고백이라고 생각하는 순박한 청년.

힘들고 괴로울 때도 맥주와 액션 영화로 그 아픔을 치유할 용기 있는 청년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착해서 고구마를 한 봉지 삶아 먹은 느낌이 드는데 이런 청년의 삶을 응원한다. 작은 행복을 아주 작게 잘라 깨끗이 갈은 듯한 훈훈한 이야기. 인생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한 걱정으로 일상을 채우며 살고 있지 않을까. 지금의 삶의 방식과 조건에 안주하여 그 작은 울타리가 무너져 내릴까봐 걱정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야 하는데 앞으로 수십 년 후에도 걱정하며 살지 않을까.

그나마 소확행의 진수는 그토록 사랑하는 대확행을 노리는 여자친구 정수가 떠나는 장면에서조차 담담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나의 현재를 볼모로 잡지 않겠다는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어떻게 보면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 지금 내가 누리고 사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면 행복은 봄의 아지랑이 같은 허구적인 존재가 아닐 것 같다. 그러니까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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